사과나 배나무를 키우고 있다면,
혹은 과수 농사에 관심이 있다면,
‘과수화상병’이라는 단어,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막상 “이게 뭔데?”라고 물으면
딱히 설명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이름도 생소하고, 주변에 피해 사례를 직접 보지 않으면 와닿지 않거든요.
하지만 이 병,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습니다.
한 그루에서 시작해 과수원 전체를 죽일 수 있고, 몇 년간 재배 금지를 당할 수도 있는 무서운 병이거든요.
오늘은 이 과수화상병이 정확히 무엇인지,
왜 이렇게 문제가 되는지,
그리고 실제로 어떤 증상이 나타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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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화상병’이란 대체 뭐죠?
먼저, 이름부터 좀 무섭죠?
‘화상’이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건 타버린 피부, 불에 그을린 듯한 상처일 텐데요.
실제로 이 병에 걸린 나무는 불에 탄 것처럼 까맣게 마르며 죽어갑니다.
이 병의 정식 명칭은 과수화상병(Fire Blight)이고,
에르위니아 아밀로보라(Erwinia amylovora)라는 세균이 원인입니다.
사람에게는 해가 없지만, 식물에게는 치명적이죠.
특히 이 세균은 사과나 배처럼 우리가 자주 재배하는 장미과 과일나무를 매우 쉽게 감염시킵니다.
문제는 한번 감염되면 치료 방법이 없다는 것.
약을 뿌리거나 비료를 줘도 나무가 회복되지 않아요.
결국 감염된 나무는 통째로 베어내고, 땅에 묻어버려야 합니다.
이걸 “매몰 처분”이라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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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위험한가요?
과수화상병이 무서운 건 단순히 나무가 병에 걸린다는 수준이 아닙니다.
한 번 퍼지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이 빠르고, 피해가 크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볼게요.
2022년에만 과수화상병으로 축구장 120개 면적의 과수원이 폐원됐습니다.
한 농가의 일이 아닙니다.
지역 전체가 타격을 입은 사례죠.
더 무서운 건, 병에 걸린 나무 한 그루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꿀벌이나 파리 같은 곤충이 병을 옮길 수도 있고,
가지치기 가위, 작업자의 손, 옷, 신발 같은 도구나 사람을 통해서도 퍼질 수 있어요.
심지어 비바람이 불어도 퍼질 수 있습니다.
특히 기온이 따뜻하고 습한 5~6월에는 병이 폭발적으로 번지죠.
그래서 이 병은 검역 대상 금지병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관리가 엄격해요.
감염이 확인되면 방역기관의 지시 없이 마음대로 나무를 자르거나 약을 치는 것도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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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요?
지금 키우는 나무에 이상이 있다면,
과수화상병인지 아닌지 알아두는 게 중요하겠죠?
하지만 여기서 조금 헷갈리는 점이 있습니다.
이 병은 다른 병(특히 가지 검은마름병)과 증상이 매우 비슷하거든요.
그래서 겉으로 봐선 구별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래 특징들을 알고 있으면 조금은 구분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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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농림축산검역본부 |
- 새순이나 어린 가지가 아래로 휘면서 시듭니다
마치 낚싯대 끝처럼 아래로 휘어요.
그 후 색이 갈색 또는 검정으로 변하며 마르기 시작합니다. - 잎이 말라붙은 채 겨울까지 떨어지지 않습니다
보통 병들면 잎이 떨어지잖아요?
그런데 과수화상병은 잎이 말라붙은 상태로 가지에 그대로 달려 있습니다.
겨울철 예찰 때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 줄기나 가지에 껍질이 터진 상처처럼 궤양이 생깁니다
겉으로는 색이 변하거나 터져 있는 모습이고,
껍질을 벗기면 그 속 조직이 공기에 닿자마자 빠르게 갈색으로 변합니다. - 심할 경우 끈적한 액체(‘우제’)가 줄기에서 흘러나옵니다
이 액체는 세균이 섞인 것으로, 고약한 냄새가 나기도 합니다.
※ 이 증상들은 반드시 전문가와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간이 진단 키트도 있지만, 확실한 건 정밀 유전자 분석(RT-PCR)을 통해 알 수 있어요.
의심될 땐 가까운 농업기술센터에 연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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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화상병,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이 병은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렸죠.
그래서 예방과 조기 발견이 전부입니다.
그럼, 어떤 것들을 해야 예방할 수 있을까요?
- 겨울철 병든 가지는 잘라서 태워야 합니다
병원균은 궤양 부위(껍질 갈라진 곳 등)에서 겨울을 납니다.
겨울에 이 부위를 제거하지 않으면, 이듬해 봄에 바로 재확산됩니다.
자른 뒤에는 반드시 소각해야 해요. - 도구와 작업복 소독은 필수
작업 중 쓰는 가위나 톱, 장갑, 심지어 신발까지도 병을 옮기는 매개가 됩니다.
작업 전·후엔 알코올이나 차아염소산나트륨으로 소독하세요. - 약제는 시기 맞춰 살포
5~6월은 특히 위험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방제 약제를 제대로 쓰면, 병원균의 확산을 막을 수 있어요.
그런데 “언제 어떻게 약제를 뿌려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농촌진흥청의 ‘과수화상병 예측정보시스템’을 활용해 보세요.
이 시스템은 병 발생 가능성을 미리 예측해줘서,
방제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도와주는 온라인 도구입니다.
지도 형식으로 병 발생 가능 지역도 보여주고,
기상 정보나 개화 시기 등을 분석해 약제 살포 시기를 안내해 줘요.
▶ 과수화상병 예측정보시스템 바로 가기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복잡하지 않으니 꼭 활용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외부인의 출입 통제
과수원에 외부인이 드나들 때마다 병이 옮겨올 위험이 있습니다.
가급적 출입을 제한하거나, 반드시 소독 후 출입하게 해야 합니다.
지금 바로, 나무를 살펴보세요
과수화상병은 갑자기 퍼지고,
한 그루로 시작해 당신의 과수원 전체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 글을 통해
어떤 병인지, 왜 위험한지,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여기까지 읽고 이해하셨다면, 이미 남들보다 한 발 앞서 대비하고 있는 셈입니다.
지금 바로 당신의 과수원을 한 바퀴 돌아보세요.
낯선 증상이 보인다면,
더 늦기 전에 지역 농업기술센터에 바로 연락하세요.
정보가 필요할 땐
👉 농림축산검역본부 과수화상병 페이지도 참고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