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km 달리며 와인과 스테이크를? 프랑스 메독 마라톤 정체

혹시 마라톤이라고 하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고통과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만 떠오르시나요? 여기, 그런 편견을 완전히 깨부수는 특별한 대회가 있습니다. 바로 프랑스에서 열리는 '메독 마라톤(정식명: Marathon des Châteaux du Médoc / Marathon du Médoc)'인데요.

“42.195km 마라톤을 ‘와인·미식·코스튬 카니발·지역축제’로 재설계한, 달리는 미식&와인 페스티벌.”

42.195km라는 정규 거리를 달리면서 최고급 와인을 시음하고 오이스터와 스테이크를 즐기는 마라톤, 상상해 보셨나요?
'세상에서 가장 긴 마라톤'이라 불리는 이 대회가 왜 전 세계인들의 버킷리스트가 되었는지, 그 매력적인 장소와 시기, 그리고 에피소드를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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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메독 마라톤 정체

언제, 어디서 열리는 축제인가요?

메독 마라톤은 매년 9월 초, 와인의 성지라 불리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메독(Médoc) 지역에서 열립니다. 정확한 시작점과 종착점은 포이약(Pauillac)이라는 아름다운 항구 마을이에요. 2026년에는 제40주년을 맞아 9월 5일에 개최될 예정이죠.
왜 하필 9월일까요?
이때는 포도가 탐스럽게 익어 수확을 앞둔 시기라, 끝없이 펼쳐진 황금빛 포도밭 사이를 달리는 최고의 장관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황금빛 포도밭

'세상에서 가장 긴 마라톤'의 비밀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 대회를 '세상에서 가장 긴 마라톤'이라고 부를까요? 거리가 더 길어서가 아닙니다. 코스 곳곳에 숨겨진 23개 이상의 와인 시음장과 화려한 미식 코스 때문에 완주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대회는 단순히 '달리기'에만 집중하지 않고 건강(Health), 스포츠(Sport), 우애(Conviviality), 재미(Fun)라는 4가지 핵심 가치를 추구합니다.

  • 와인과 미식의 향연:
    샤토 라피트 로칠드 같은 세계적인 와이너리들이 문을 열고 주자들에게 와인을 대접합니다. 38km 지점에서는 신선한 굴을, 39km 지점에서는 갓 구운 스테이크를 내놓죠.
  • 복장은 필수(Fancy Dress):
    이 대회의 가장 큰 규칙 중 하나는 바로 '코스튬'입니다. 참가자의 90% 이상이 주제에 맞춘 기발한 복장을 입어야 하며, 2026년의 테마는 '80년대 음악 여행'으로 정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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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보다 의상이 중요할 때? '코스튬'은 선택 아닌 필수!

코스튬한 출전자들

혹시 마라톤 대회라고 해서 형광색 기능성 티셔츠와 짧은 반바지만 입은 주자들의 모습을 상상하셨나요? 메독 마라톤에서는 그런 평범한 복장이 오히려 '반칙'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대회의 공식 규정 페이지에는 "멋지게 차려입고(Fancy Dress) 달려야 한다"는 메시지가 전면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코스튬은 단순한 권장 사항이 아니라, 이 축제에 참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입장권'이자 규칙인 셈입니다.

그런데 왜 주최 측은 참가자들에게 번거로운 코스튬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마라톤을 '엘리트 선수들의 기록 경쟁'이 아닌 '모두가 주인공인 거리 축제'로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메독 마라톤은 매년 새로운 테마를 발표합니다. 예를 들어 2026년의 테마는 '80년대 음악 여행'이죠. 참가자의 90% 이상이 이 테마에 맞춰 기상천외한 옷을 입고 나타납니다.

거대한 와인병으로 변신하거나, 10명이 줄을 맞춰 끄는 로마 시대 전차를 만들고, 심지어는 무거운 발레복을 입은 근육질 남성들이 포도밭 사이를 질주합니다.
이렇게 모두가 우스꽝스럽고 화려한 복장을 하는 순간, 누가 더 빨리 뛰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코스튬이라는 규칙 덕분에 처음 보는 옆 사람과도 금세 친구가 되고, 기록에 대한 압박 대신 함께 웃고 즐기는 '우애(Conviviality)'의 정신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만약 코스튬 없이 평범한 운동복만 입고 달린다면, 오히려 메독의 진짜 즐거움을 놓치고 있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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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 원짜리 와인이 종이컵에? 이색 에피소드 TOP 2

"마라톤 중에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는다고요? 정말 괜찮을까요?"라는 의문이 드실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메독 마라톤에서는 이것이 '완주의 핵심'이자 '대회의 목적'입니다.
보통 마라톤이 1분 1초를 다투는 기록의 장이라면, 이곳은 1m 1m를 얼마나 즐겁게 음미하느냐를 겨루는 축제의 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 힘든 달리기를 하며 굳이 와인과 음식을 찾는 걸까요? 그 이유는 메독 지역 사람들이 가진 '자부심'과 '나눔의 문화'에 있습니다.

첫 번째로 놀라운 광경은 바로 '종이컵에 담긴 명품'입니다.
와인 애호가들의 꿈이라 불리는 '샤토 라피트 로칠드' 같은 최고급 와인들이 이 대회에서는 주자들을 위해 아낌없이 제공됩니다. 한 병에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와인이지만, 여기서는 이온 음료 대신 종이컵에 콸콸 담겨 나오죠.
땀을 뻘뻘 흘리는 러너들이 길가에 서서 세계 최고의 빈티지 와인을 홀짝이는 모습은 오직 메독에서만 볼 수 있는 기묘하고도 호화로운 풍경입니다. "기록은 놓쳐도 이 와인은 못 놓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죠.

두 번째는 38km 지점에서 펼쳐지는 '지상 최대의 뷔페'입니다. 보통의 마라톤이라면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바나나 한 조각도 넘기기 힘든 지점이지만, 메독의 주자들은 여기서 속도를 늦춥니다.
바로 싱싱한 '생굴'과 '화이트 와인'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달리면 숯불에 갓 구운 '등심 스테이크' 냄새가 코를 찌르고, 마지막 구간에는 달콤한 아이스크림까지 등장합니다.

지상 최대의 뷔페 생굴 화이트 와인 스테이크

이런 풍경이 가능한 이유는 메독 마라톤이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그해의 풍성한 수확을 축하하고 마을의 정을 나누는 '움직이는 파티'를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힘들게 달린 뒤에 맛보는 최고의 미식은 러너들에게 "고통마저 즐겁다"는 마법 같은 경험을 선사합니다.

나도 참가할 수 있을까? 상황별 가이드

마냥 먹고 즐기는 파티 같지만, 엄연히 6시간 30분이라는 제한 시간이 있는 정식 마라톤입니다. 실생활에서 이 대회를 꿈꾸는 분들을 위해 몇 가지 가이드를 드릴게요.

  • 도전이 가능할 때 (OO):
    평소 달리기를 즐기며 축제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적극 추천합니다. 성적보다는 '얼마나 즐겁게 완주하느냐'가 목적이므로, 초보 마라토너도 충분히 도전할 만합니다.
  • 주의가 필요할 때 (XX):
    오직 기록 단축이 목적인 분들에게는 맞지 않습니다. 와인을 한 잔씩 마시다 보면 평소보다 체력 소모가 빠르고 술기운이 올라올 수 있으니, 음주 조절은 필수입니다.
  • 흔한 오해:
    "그냥 술판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장에는 300명의 의료진과 10곳 이상의 의료 텐트가 배치되어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관리합니다.

즐거운 완주를 위한 마지막 한 마디

메독 마라톤의 핵심은 "건강하게 달리고, 기쁘게 나누며, 함께 즐기자"는 것입니다. 42.195km는 누군가에게는 고통의 거리일 수 있지만, 메독에서는 웃음과 향기가 가득한 축제의 길이 됩니다.
만약 여러분의 인생에 잊지 못할 추억을 새기고 싶다면, 내년 9월 프랑스 보르도의 포도밭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마무리 팁: 참가를 원하신다면 보통 3월쯤 열리는 공식 홈페이지 예약 시점을 놓치지 마세요! 전 세계 8,500명 한정이라 순식간에 마감된답니다.


이 영상은 메독 마라톤의 실제 현장 분위기와 코스튬, 그리고 와인 시음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생생하게 보여주어 본문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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